[데일리안] 유력 언론간부 285명 납치 세계 초유의 만행
  이름 : 관리자 날짜 : 2008-04-30 18:28:52 조회 : 308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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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력 언론간부 285명 납치 세계 초유의 만행

KWARI 포럼서 6.25전쟁중 납북 언론-종교인 650명 명단 공개
방응모 조선 사장, 백관수 동아 사장 등에 현직 편집국장 포함

2008-04-30 15:54:55

6.25 전쟁 당시 납북된 언론인 및 종교인의 숫자가 650여명에 달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원장 이미일) 주최로 30일 국가인권위원회 배움터에서 열린 제1차 KWARI(Korea War Abductees Research Institute) 포럼에서는 6.25 전쟁 당시 납북된 언론인 및 종교인의 통계와 그들 가족의 증언이 발표됐다.

한국전쟁납북사건자료원은 납북사건 관련 연구 및 자료 수집, 국내외 연구기관 단체 및 개인 연구자과의 자료교류, 납북자 가족들의 육성 데이터베이스 구축 등 납북사건을 입증할 수 있는 각종 명부 및 사료를 수집하고 있다.

이날 발제자로 나선 한국외대 정진석 명예교수는 “6.25 전쟁중 피살되거나 납북된 기자와 방송기술자 등 언론관계자가 285명에 이른다”면서 “이 가운데 상당수의 거물급 언론인이 포함돼 있으나 이들 대부분은 생사여부와 납북 이후 행적 등이 묘연한 상황”이라며 전시납북자 조사가 조속히 이뤄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교수는 강릉대 김명호 교수가 정리한 납북자 8만 1731명의 통계를 토대로 1956년 대한적십자사에서 조사한 실향사민등록자명부, 1952년 공보처 통계국의 6.25사변피랍치자명부 등 당시 문헌자료를 바탕으로 “언론인은 285명, 종교인이 370명에 달한다”거 밝혔다.

정 교수는 “북한은 6·25전쟁 중 인적 자원을 확보하기 위해 정치인, 공무원, 판검사, 변호사, 언론인, 종교인, 교육자, 은행원 등 전문직 종사자를 북으로 끌고 갔다”며 “북한은 남한에 비해 인적 자원이 열세였기 때문에 각 분야에서 전문지식을 지닌 인물들을 북으로 데리고 가서 활용할 필요가 있었다”고 배경을 설명했다.

이날 정 교수가 밝힌 납북 언론인에는 조선일보 사장이었던 방응모, 한성일보 사장 안재홍, 동아일보 사장 백관수, 언론인 겸 소설가 이광수, 방송인 겸 시인 김억, 방송인 겸 수필가 김진섭 등이 포함됐으며 경향신문 신태익, 동아일보 장인갑, 한성일보 양재하, 자유신문 마태영, 태양신문 남국희 등 당시 현직 편집국장들도 납북된 것으로 나타났다. 전현직 기자와 PD, 아나운서, 방송기술자, 광고 담당자 등 총 285명이 납북됐고 이 가운데 36명은 납북 과정 등에서 피살됐다.

정 교수는 “납북언론인 대부분은 생사를 알 수 없고 납북 이후 행적도 알 수 없는 상황”이라며 “KBS 기술과장서리였던 민병설 등 일부는 평양방송국 등에서 근무했던 것으로 알려졌으나 이마저도 향후 숙청 등의 형태로 억울한 최후를 맞는 경우가 많았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종교인의 납북은 공산이데올로기를 공고히 하고 김일성-김정일 부자를 신격화하는 장애물로 인식했기 때문에 탄압을 넘어 말살의도를 갖고 자행됐다고 지적했다. 정 교수는 “기독교나 개신교 등은 자유민주주의체제와 밀접한 관계가 있었던 관계로 항일운동과 건국에 기여했으므로 ‘반동분자’로 간주하여 세월이 흐른 지금 다시 떠올리는 것만으로도 몸서리치는 참상이 연출됐다”며 “임자도 갈매바위, 절부암 학살사건 등에서 보여지듯 한 마을의 교인을 집단으로 학살하거나 교역자 일가족을 무참하게 살해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정 교수는 당시 언론인과 종교인이 납북을 피하지 못했던 이유로 ‘전쟁상황에 대한 정보력 부족’을 꼽았다. 그는 “49년, 50년 당시 신문을 보면 조만식 선생 교환을 해 오는 등 어느 곳에서도 대한민국에서 전쟁을 감지할 수 없었고 국방부가 ‘심리전’의 일환으로 한정된 정보를 언론에 제공하여 정보에 민감한 신문사 직원들까지도 전쟁의 기운을 감지하기 어려웠다”며 “ 때문에 대부분의 언론인과 종교인은 피란을 갈 때를 놓치고 가족과 생이별을 하게 됐다”고 말했다.

정 교수는 “언론과 종교는 북한의 이데올로기와 민감하게 대립된다”며 “이 두 분야의 연구만으로도 당시의 참상을 이해하고 북한의 전체주의와 대한민국 건국 과정을 밝히는 자료가 될 수 있는 만큼 이 분야에 대한 연구 진척, 귀환, 인권보장을 위한 후배 학자들의 노력이 필요하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정 교수는 “과거 정부에서 과거사위원회를 만들어 과거를 파헤쳤지만 납북자문제에 대해서는 아무도 손대지 않고 있다”며 “한 사람의 인권의 중요성을 인지하고 이번 정부에서라도 이 문제에 전향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주장했다.

한편 이날 납북자 언론인과 종교인 가족들이 당시 증언에 나서 참석자들의 가슴을 울렸다.

손기정 일장기 말소의 주역이자 동아일보 기자였던 이길용씨의 아들인 이태영 전 중앙일보 국장은 “200여명의 유력 신문의 사장들, 국영방송의 핵심간부들이 납치 행위는 세계 언론사에서 유례를 찾아 볼 수 없는 비극”이라며 “역사는 이 수난과 대한민국 정부의 무능력과 무책임까지 기록에 남길 것이다”고 성토했다.

이 전 국장은 “주변의 피란 권고에도 의연히 대처하시던 아버지께서 북측 내무서원에 끌려가신 때가 내가 10살 때”라며 “당시 아버지의 뒷모습이 눈에 선하다. 차라리 생사확인이라도 할 수 있다면 애달픈 심정이 덜하련만, 아직도 희망을 버리지 못하고 제사조차 올리지 못하는 불효자식이 됐다”고 답답한 심경을 토로했다.

그는 “아버지 성함을 부르며 얼마나 많은 눈물을 흘렸는지 이젠 눈물조차 말랐다”며 “전시 납북자 가족들의 이런 처절한 심정에도 참여정부 고위 책임자들은 납북과 월북을 헷갈리는 정신나간 표현을 써 우리들의 분노를 샀다. 전시 납북자들의 명예회복도 중요하지만 무엇보다 생사확인과 유해송환만이라도 해결하는게 후손된 의무”라고 정부와 국민들이 관심을 가져줄 것을 당부했다.

납북자 김유연 목사의 장남인 6·25전쟁납북인사가족협의회 김성호 명예이사장은 “김일성이 북한에 들어 왔을 때 당시 북한은 모든 분야에서 기독교가 지도적 영향력을 갖고 있었다”며 “대한민국의 교회 지도자를 납치한 것은 북한 교회 지도자를 포섭해 김일성 신격화를 위한 조직적인 범죄”라고 꼬집었다.

김 명예이사장은 “전시 납북은 대남공작 시스템이라는 국가주도 계획이었고 이 과정에서 많은 종교인들이 희생당했다”면서 “이같은 전쟁범죄를 은폐, 방기한다면 후일 전범으로 김일성-김정일 부자와 함께 나란히 법정에 서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

[변윤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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